우리는 그때 가난했었다.
일상의 결심들 2008/07/04 16:45 |
지난 사진을 정리하다가 옛 추억에 화악 휩싸였다.
그래서 나는 뭐 정리하는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정말이다. 게으른 탓이 아니다. ㅎㅎㅎ
크리스마스 당일날 평소 나이롱 신자였던 나는 그래도 성탄절이니깐 명동성당에 한번 가보자고
우겨서 일찍 명동성당 앞에서 만났다.
긴 줄을 한참 기다려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
지루한 미사가 지나고 별로 그다지 와닿지 않은 강론을 들으면서 (주로 황교수를 비난하는 류의)
그냥 그렇군 하는 약간의 실망을 했었다.
그래도 명동성당이라는 특수한 곳의 아우라가 있어서 왠지 경건하고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은
잠시 하긴 했다. 같이 간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내가 어떻게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나 그런 고민만
한거 같다. -_-;
미사가 끝나고 성당 한번 구경할겸 천천히 걸어 나오는데 그때부터 이층에 있는 성가대가 특송을
하기 시작했다. 흔히 듣던 그런 캐롤들이였다.
우와~~~~~~~~~~~~~~~~~~~~~~!!!!!
발걸음을 모두들 멈추고 죄다 성가대를 향해 고개를 돌려서 (뒷편에 있음) 쳐다 보고 있었다.
연이어서 계속 노래들이 계속 되는데 정말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감동을 그렇게 먹고 있었는데, **가 나에게 마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헉..이 와중에 왠 마술?
그리고 내게 도금된 열쇠를 하나 쥐어주었다. 그리고 뭔가 로맨틱한 말을 했다.
마음의 열쇠를 쥐어 준거라고 했었던거 같다.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비롯 이 작은 열쇠로 맘의 문만 열 수 있지만 앞으론 더 크고 더 많은 열쇠를 주겠노라는..
우리는 가난했었다. 아니 나는 그다지 가난이란 말에 써억 어울리지 않았던거 같다.
**도 가난보다는 자기가 자기발로 걸어나와서 자기의 길을 묵묵하게 쭈욱 가는 그런 상태라
경제적으론 풍요롭지 못할때였다.
누군가에게 소위 명품백을 받는거랑 정성이 가득한 핸드메이드를 받는거랑 뭐가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시험답안은 정성이 가득한 핸드메이드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때가 종종 있다.
아니 꽤 된다. -_-;
애초부터 명품백을 나에게 선물할 기대를 안했으니깐 이런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당시 그
명동성당에서의 특송들과 그때 나에게 마술과 함께 정말 마술처럼 반짝이는 열쇠를 쥐어준 **의
선물을 평생 잊지 않고 마음속으로라도 간직할거 같다.
우리는 그 추운 겨울날 명동거리를 손을 잡고 걸어다녔었지만 정말 램보기니 타고 드라이브 하는
것을 절대로 부러워 하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는 그때 가난했었다.
그래도 무척이나 행복했었던거 같다.
그런데 그런것들도 다 지난 기억뿐...사진을 보고 나서야 이제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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